“이 나라는, 여성들에게 개발도상국이다.” 최근 일본에서 방송된 한 화장품 회사의 광고 카피다. 회의가 끝난 후 남은 커피 잔을 혼자서 치우는 여성, 만삭의 몸으로 사무실 의자에 기대앉은 여성, 다소 어두워 보이는 여성 직장인들의 표정 위로 카피가 이어진다. “제한된 기회, 앞길을 가로막는 불공정. 과거의 상식들은 그저 걸림돌이 되고 있다. 나는 그것이 불편하다.” 일반적인 화장품 광고의 밝고 경쾌하고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그래서 도전적으로도 느껴지는 이 광고는 지금 일본 사회에서 여성이 서 있는 자리를 보여준다.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6082118527255091
김애란의 어느 단편 소설에서 ‘사회생활의 적은 수줍음’이라는 글귀를 읽고 마음이 스산했던 적이 있다. 스물일곱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한 광고회사 AE 사원으로 입사했던 해였다. 한 달간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정사원이 되었음을 알려주는 면담 자리에서 사장님은 “샤이(shy)해 보여서 뽑을지 좀 고민했는데,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1년 7개월 후 그곳을 퇴사할 때까지 나는 사장님이 만족할 만큼 ‘샤이하지 않은’ 사원은 아니었다. 그건 내성적이라서가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뻣뻣해서였고 살갑지 않아서였다. http://ize.co.kr/articleView.html?no=2014111621237269120
지난주 내내 한 드라마를 보고 또 봤다. 본방 사수는 물론이고 다시 보려고 편성표를 검색하고 리모컨으로 케이블 채널을 배회했다. 오프닝 음악이나 벌써 외운 대사가 들려오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 TV 앞에 정좌하게 만든 건 노희경 작가의 SBS 드라마 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건 요즘 대세라고들 하는 ‘썸’과 ‘홈 셰어’가 날리는 크로스 카운트 펀치다. 그 결과 “여기는 다들 서로 키스하고 막 그냥 살고 막 뭐 그래야 같이 노나?”라는 재열(조인성)의 얼빠진 대사와 지질하고 현실적인 난투극이 이어진다. 드라마의 문을 여는 건 ‘프리섹스’를 운운하는 솔직하거나 노골적인 대사와 김규태 감독 특유의 화사한 화면이지만, 여전히 핵심은 노희경 작가의 글이다. 평범을 가장하거나 위악을..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희생자들과 생때같은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과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들과 더 이상 타들어갈 곳 없는 마음으로 버티는 가족들이 있다. 이들 만이 아니다. 한 사회가 과적된 욕망과 응축된 모순에 짓눌려 가라앉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목격한 시민들이 있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다. 누군가는 아직도 세월호를 이야기하느냐고 말하고, 누군가는 아직도 아무것도 규명되지 않았냐고 말한다. 그 사이에서 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났다. 이 사회의 모순을 껴안고 침몰한 비극을 다루며 스스로도 모순의 딜레마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 영화는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하려는 것일까. http://news.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menuCode=19&subMenuCod..
WHY 때로는 한 장면, 대사 하나가 그 영화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의 저 유명한 대사,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나 의 스케치북 고백 장면 같은 것 말이다. 영화를 안 본 사람들도 이 장면은 알 정도로 유명한 의 고백 장면은 가장 많이 패러디된 영화 장면 중 하나다. 절친의 아내 줄리엣(키이라 나이틀리)에게 반한 불운한 남자 마크(앤드류 링컨)의 아름답고 슬픈 이 고백은 가 새로운 세기의 로맨스이자 ‘뉴 클래식’으로 등극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옴니버스 로맨스라는 장르가 생소했던 시절, 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조심스레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렘과 예기치 못한 유혹 앞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경쾌하되 가볍지 않게 그렸다.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러브 스토리들..
WHY 는 호소다 마모루를 명실상부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래로 각인시킨 작품이다. 호소다 마모루 스스로는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평가에 대해 “미야자키 하야오가 되고 싶어서 애니메이션을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재밌는 것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얘기한다. 자신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오리지널 극본을 쓴 첫 작품인 로 그는 비단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음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시작임을 증명했다. 는 육아라는 애니메이션은 물론 실사영화에서도 흔하지 않은 소재를 선택했다. 그리고 일본 전통설화 속의 늑대인간이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중심이다. 하지만 이를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 과 ‘아이 키우기’라는 인류 보편의 정서 속에서 리얼하게 그려내면서 는 독창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획득했다. 하나의 남편이자 유키..
어떻게 그 10년의 세월동안 동안 알아보지 못했던 걸까. 늦게 빛을 본 ‘중고 신인’을 두고 어김없이 하게 되는 탄식 앞에 유연석도 예외는 아니다. 유연석은 비극의 씨앗을 품은 인물로 등장한 데뷔작 (2003)에서 극중 누구 못지않은 강렬한 표정을 입었다. 하지만 광활한 어깨만큼이나 너른 마음으로 아픈 사랑 앞에서 애써 웃던 (2013)의 칠봉이 전까지 유연석이란 이름 석 자에 가슴 설렌 이들은 많지 않았다. http://news.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menuCode=19&subMenuCode=1&mi_id=MI0100707179&contain=title&keyword=%C0%AF%BF%AC%BC%AE&page=1
타지의 고등학교에 진학하느라 집을 떠나기 전까지 교과서에 ‘부산의 위성도시’라 설명되던 김해에서 나고 자랐다. 정확한 고향은 시군 통합이 되기 전의 김해군 대동면으로 구포다리만 건너면 바로일 만큼 부산과 가까운 곳이기도 했다. 지리적으로 인접했던 이유에 더해 부산이 고향인 엄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남포동과 국제시장을 자주 찾았다. 본래 국제시장은 중구로 일대, 신창동 4가의 2층 건물, 총 6개 공구로 된 A․B동을 지칭하지만, 일반적으로 부산 사람들은 신창시장, 창선시장, 깡통시장(부평시장) 일대를 통틀어 국제시장이라 부른다. http://news.maxmovie.com/movie_info/sha_news_view.asp?menuCode=2&subMenuCode=11&mi_id=MI0100745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