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GUE KOREA> 2014년 9월호: 글맛 좋은 드라마
지난주 내내 한 드라마를 보고 또 봤다. 본방 사수는 물론이고 다시 보려고 편성표를 검색하고 리모컨으로 케이블 채널을 배회했다. 오프닝 음악이나 벌써 외운 대사가 들려오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 TV 앞에 정좌하게 만든 건 노희경 작가의 SBS 드라마 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건 요즘 대세라고들 하는 ‘썸’과 ‘홈 셰어’가 날리는 크로스 카운트 펀치다. 그 결과 “여기는 다들 서로 키스하고 막 그냥 살고 막 뭐 그래야 같이 노나?”라는 재열(조인성)의 얼빠진 대사와 지질하고 현실적인 난투극이 이어진다. 드라마의 문을 여는 건 ‘프리섹스’를 운운하는 솔직하거나 노골적인 대사와 김규태 감독 특유의 화사한 화면이지만, 여전히 핵심은 노희경 작가의 글이다. 평범을 가장하거나 위악을..
<VOGUE KOREA>
2015. 3. 19. 06: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