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4591 15년 동안 어딘가에 갇혀 단 하나의 TV 채널만 볼 수 있다면? 영화 의 오대수 같은 상황을 상상하고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면, 단언컨대 요리 전문 케이블 채널이다. 식탐이랄까 음식에 대한 관심이 보통 사람에 비해 적은 편이고,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요리 관련 프로그램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연륜 있는 요리연구가 선생님이 우아한 손놀림으로 밑반찬을 만드는 아침 방송 프로그램부터 호주 어린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푸드TV 나 각종 식도락 탐방 프로그램까지, 마땅히 볼 게 없네 하며 리모컨 채널을 돌리다 멈추는 곳은 늘 올리브 채널이나 푸드TV다. 최근 가장 재밌게 보고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3873 여자들이 머리채를 붙잡고 육탄전을 벌인다. 상대가 부모를 죽인 원수라서도, 애인을 뺏은 연적이라서도 아니다. 그녀들은 왕관의 주인이 되기 위해 머리채를 잡았다. 이 여자들, 독하다. 상대의 구두 굽을 부러뜨리고 가슴 뽕을 망가뜨리고 화장품을 바꿔치기 한다. 그런데 이 독한 여자들의 독한 짓거리들이 마냥 나쁘게만 보이지 않는다. MBC 는 여자들의 세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분투하는 여자들의 인생에 하이라이트를 비춘다. 좋아하는 여자가 남들 앞에서 수영복을 입고 웃는 게 싫지만 사업의 회생을 위해 여자의 등을 떠밀었던 남자와 숨겨진 딸의 존재가 세상에 밝혀질까 두려워 뒤에서 술수를 쓰는 남자, 각기 조금씩 다른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3154 알고도 당할 때가 있다. 로맨스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거나 마음이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낄 때, ‘아, 또 당했군.’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로맨스 드라마가 크게 보면 타인이 만나 한 눈에 반하거나 서로를 알아가면서 그 과정에서 ‘밀당’을 하는 것이라고 해서 전부 싸잡아서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가장 내밀한 감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주고받는 관계에서 비롯되는 성찰의 순간을 담는 수작들도 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재미와 설렘, 대리만족이나 감정의 카타르시스라는 의미에서도 로맨스 드라마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tvN (이하 )는 이 시리즈의 전작들이 그랬듯이, 기본..
http://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1787 “나는요, 20년 전으로 갈게요. 20년이 안 되면 10년 전으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서른아홉 살 아이 하나 둔 이혼녀가 술에 취해 택시기사로 착각한 사람에게 행선지 대신 이렇게 말한다. 신촌도 방배동도 아니고 20년 전으로, 안 되면 10년 전으로 보내달라고 울면서 말한다. 누구나 고단한 지금보다 좋았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과거가 정말 지금보다 좋아서일 수도 있지만 실은 지금이 너무 힘들어서일 때가 많다. 서른아홉, 좀처럼 멈출 수도 나아갈 수도 없는 나이의 여자가 울면서 토로하는 저 대사 때문에 JTBC 는 결국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처럼 들린다. 는 지난 2012년 방송된..
http://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1740 새로 태어난 별만큼이나 원래 하늘에 있었지만 새삼 그 빛에 놀라게 된 별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올해의 재발견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까지 호출하지 않더라도, 올해도 그들 덕에 많이 웃고 그들의 건재함이 반가웠던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중에 신동엽, 유희열이 있었다. 천생 방송인 신동엽은 2013년에 말 그대로 TV를 틀었다 하면 그의 얼굴을 볼 정도로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심야 라디오의 황제였던 유희열은 아는 사람만 알던 예능 감각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신동엽은 언제나 가장 재능 있는 방송인이자 가장 재미있는 개그맨 중 한 사람이었다. 1991년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1214223638&Section=04 하루는 길지만 한 해는 쏜살같이 흘러간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올해도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까지 수많은 드라마가 방송되었고, 그 중에는 당연하게도 시청자의 뜨거운 환호를 받은 작품도 한 자리 수로도 모자라 최저 시청률이라는 안타까운 결과 앞에 망연자실해진 작품도 있다. 올해 드라마를 돌아볼 때 특히 반가운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은 신인 작가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언제나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한다. 그런데 2013년에는 비단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배우와 아이돌만이 아니라 그들에게 좋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들어..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1201002702§ion=04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새삼 실감했다. SBS 5, 6회를 보면서 잠시나마 김수현 작가를 의심했던 스스로를 반성했다. 십 수 년의 세월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와 함께 한 자타공인 팬임을 먼저 밝힌다. 그런데 는 뭔가 석연치 않았다. 지금까지는 첫 회만 ‘역시 김수현 작가님이셔!’ 라며 변함없이 대단한 필력에 감탄하는 수순이었건만, 이번에는 좀 달랐다. 주인공 은수(이지아)가 가장 큰 이유였다. 사실 이 역할 때문에 는 방송 전부터 말이 많았다. 한가인부터 김사랑, 그리고 최종 결정된 이지아에 이르기까지 여러 배우들이 캐스팅 물망에 오르내리느라 제작이 지연되었..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1116181029§ion=04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아침마다 옷 고르는 일이 고역이다. 옷장 문을 열고 한참을 고민하는 날이 이어지면서 옷과 관련된 몇 가지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옷은 많은데 입을 게 없다’는 고전적인 명언부터 ‘멋쟁이는 여름에 더워 죽고 겨울에 추워 죽는다’, ‘여름에는 날씬한 사람이 왕이고 겨울에는 코트 많은 사람이 왕이다’ 뭐 이런 것들 말이다. 패션에 대단히 조예가 깊은 것도 엄청난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매일 입는 옷이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점점 젊은 육체로 대충 무마할 수 있었던 상황은 줄고 TPO라는 것을 고려해야 할 상황은 늘어난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1110032427§ion=04 수업 시간에 한반도는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자랑이라고 배우는 것도 이제 곧 사라질지 모르겠다. 해마다 봄과 가을은 짧아져만 가고 혹서와 혹한을 견디며 지내야 하는 날이 늘어가니 말이다. 하지만 이 짧은 가을에도 하늘은 높고 말이 아니라 내가 살찌는 사실만은 여전하다. 쌀쌀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식욕 폭발을 더욱 부추기는 프로그램까지 있어 올해도 가을이 몸을 살찌운다. 최근 가장 즐겁게 보고 있는 방송은 올리브의 이다. ‘국내 최초 한식 서바이벌, 8도의 맛을 겨루다’라는 캐치프레이즈대로, 서울, 경기, 충청, 강원, 전라, 경상, 제주 전국 8도의 지역을 대표..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1027003913§ion=04 추억은 힘이 세다. 그것이 한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여럿이 공유하는 것이라면 더욱. tvN 는 이 추억의 힘을 엔진 삼아 달린다. 는 지난해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끈 tvN 의 샴쌍둥이 같은 작품이다. 전작의 성공에 고무된 제작진은 곧바로 ‘응답하라’ 시리즈 제작 계획을 밝혔고, 구체적인 개요가 밝혀지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기다렸다. 은 대중문화의 주 소비층일 뿐 아니라 방송의 주 시청자인 2,30대 여성 중 많은 이들이 공유하는 1990년대 팬덤 문화, 소위 ‘빠순이’가 주인공이었다. 여기에 만화가 아다치 미츠루의 대표작 와 델리 스파이스의 ‘고백’이 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