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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때로는 한 장면, 대사 하나가 그 영화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대부>의 저 유명한 대사, “절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나 <러브 액츄얼리>의 스케치북 고백 장면 같은 것 말이다. 영화를 안 본 사람들도 이 장면은 알 정도로 유명한 <러브 액츄얼리>의 고백 장면은 가장 많이 패러디된 영화 장면 중 하나다. 절친의 아내 줄리엣(키이라 나이틀리)에게 반한 불운한 남자 마크(앤드류 링컨)의 아름답고 슬픈 이 고백은 <러브 액츄얼리>가 새로운 세기의 로맨스이자 ‘뉴 클래식’으로 등극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옴니버스 로맨스라는 장르가 생소했던 시절, <러브 액츄얼리>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조심스레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들의 설렘과 예기치 못한 유혹 앞에서 갈등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경쾌하되 가볍지 않게 그렸다.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러브 스토리들이 리드미컬하게 직조된 탄탄한 구성과 섬세한 연출 속에서 독특한 색깔을 갖게 되었다. <러브 액츄얼리> 이전에도 수많은 로맨스 영화가 있었고, 수많은 크리스마스 영화가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상황에 처한 여러 커플들이 관계를 맺고 감정을 나누는 과정을 이처럼 세련되게 보여준 영화는 없었다. 새로운 인연을 기대하고, 오래된 관계에 감사하고, 묵은 감정을 떨쳐버리는 것, 다시 말해 사랑, 용서, 화해라는 ‘크리스마스 정신’을 <러브 액츄얼리>는 듣기만 해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캐럴처럼 기분 좋은 선율로 들려준다.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각본으로 보여준 발군의 로맨스 감각은 물론 이미 <미스터 빈> 시리즈로 영국식 코미디의 정수를 선보인 리처드 커티스 감독은 연출 데뷔작으로 단박에 로맨스의 거장으로 올라섰다.


REFERENCE <러브 액츄얼리> 같은 상황에 다른 이야기를 가진 인간 양상을 여러 독립적인 스토리의 입체적인 드라마로 엮는 ‘그랜드 호텔 기법’을 따른다. 이는 빅키 바움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그랜드 호텔>(1932)이 처음 시도한 것이다. 그레타 가르보, 조안 크로포드, 존 베리모어 등 당대의 유명 스타들이 대거 참여한 최초의 올 스타 캐스트 대작 영화기도 하다.


WHERE <러브 액츄얼리> 이후 떼 커플 로맨틱 코미디 아류작이 우후죽순으로 등장했다. 12월 31일의 뉴욕이 배경인 <뉴욕의 연인들>(2011)이나 <밸런타인데이>(2010)는 물론, 국내에서도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과 <새드무비>(2005)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다. <결혼전야>(2013) 역시 <러브 액츄얼리>의 자장 안에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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