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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늑대아이>는 호소다 마모루를 명실상부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래로 각인시킨 작품이다. 호소다 마모루 스스로는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평가에 대해 “미야자키 하야오가 되고 싶어서 애니메이션을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재밌는 것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다”라고 얘기한다. 자신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이자 오리지널 극본을 쓴 첫 작품인 <늑대아이>로 그는 비단 미야자키 하야오의 다음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시작임을 증명했다. <늑대아이>는 육아라는 애니메이션은 물론 실사영화에서도 흔하지 않은 소재를 선택했다. 그리고 일본 전통설화 속의 늑대인간이라는 판타지적 요소가 중심이다. 하지만 이를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 과 ‘아이 키우기’라는 인류 보편의 정서 속에서 리얼하게 그려내면서 <늑대아이>는 독창성과 보편성을 동시에 획득했다. 하나의 남편이자 유키와 아메의 아버지인 ‘그’는 늑대인간이고, 그와 하나가 사랑을 나누는 순간에도 그는 늑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이런 설정을 전혀 호들갑 떨지 않고 자연스레 극 중으로 쑥 밀어 넣은 호소다 마모루는 허무맹랑한 판타지도 예쁘기만 한 동화도 아닌 담대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늑대아이>는 과장되거나 과감한 감정 표현을 자제한 담담한 연출을 통해 애니메이션의 비현실성, 소재의 비현실성을 순식간에 뛰어넘는다. 그와 동시에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극대화한 연출을 적재적소에 활용해 인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낸다. 특히, 유키와 아메 남매의 성장과 학교생활을 한 눈에 요약해 보여주는 패닝 롱테이크는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한 뼘 더 확장시킨 순간으로 꼽을 만하다.


REFERENCE 지브리의 스즈키 토시오 프로듀서는 “가족의 교류를 그린 작품은 일본영화의 특기였지만,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가 끝난 뒤 한동안 끊겼다. <늑대아이>가 오랜만의 작품이다.”라고 말했다. 건담 시리즈의 토미노 요시유키 감독은 “변신물이나 연애물이라는 종래의 장르를 뛰어넘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가족 이야기나 변신물은 일본 영화의 특기 중 하나고 <늑대아이>는 이 계보의 많은 작품들에 영향을 받았지만 고전적 요소를 과감한 발상의 전환으로 다루었다. 또한 호소다 마모루에게 애니메이션 감독의 꿈을 갖게 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향도 부인할 수 없다. 시골로 이주한 가족, 아름다운 전원 풍경과 시골 공동체부터 자연과 인간의 차이, 그리고 공생에의 믿음에 이르기까지 <늑대아이> 속에는 <이웃집 토토로>나 <원령공주>가 떠오르는 순간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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