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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도쿄의 표정

 

도시 인문 에세이 <도쿄 산책자> 강상중

 

10년 전 태어나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일본 도쿄에 갔다. 먼동이 희붐하게 밝아오던 닛포리에서 먹었던 고로케의 식감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후로도 여러 번 도쿄를 찾았고, 1년 동안 머물며 외국인 노동자로 살기도 했다. 남들보다는 아니라도 남들만큼은 도쿄를 안다고 생각했다. 서점에 가득 쌓인 도쿄 여행 에세이에 큰 감흥을 받지 못 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강상중의 <도쿄 산책자>는 너무 익숙해서 다소 지루해진 도쿄에 새로운 설렘을 안긴다. 새로운 핫 플레이스나 숨은 명소를 알려줘서가 아니다. 긴자, 하라주쿠, 롯폰기 힐스 같이 몇 번이고 가 본 곳들이지만 저자는 슬쩍 비껴 선 시선과 오래 품은 사색으로 낯익은 얼굴의 낯선 표정을 보여준다. 강상중은 일본의 한복판에서 전후 일본 사회의 문제들을 거침없이 비판해 온 재일한국인 학자다. 그는 <고민하는 힘>, <살아야 하는 이유> 등의 전작을 통해 일본 뿐 아니라 마찬가지로 병든 마음을 안은 도시인들이 숨죽여 울고 있는 한국 사회에 날 선 생각거리를 안겨주었다. 츠키지 시장, 국회의사당, 증권거래소 등 도쿄의 여러 장소에 얽힌 통시적 사유를 담은 <도쿄 산책자> 역시 도쿄를 색다르게 해석한 여행 에세이인 동시에, 도쿄처럼 이방인들의 도시가 된 서울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지금 발 딛고 선 이 땅을 고민하게 하는 인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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