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대본대로 살지 않는 남자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김태훈의 책 의 추천사에 ‘거침없되 공격적이지 않고 경쾌하되 가볍지 않다’고 김태훈을 평했다. 김태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이동진의 이 평가가 그에 대한 가장 적확한 표현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당황하실 때도 있나요?”라고 묻게 될 만큼, 김태훈은 막힘없이 말한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는 말들은 물론 인터뷰 질문에 대해서도 주저 없이 답을 내놓는다. 단순히 ‘달변가’ 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쉬운 평가다. 수학 문제집이고 영어 사전이고 다 팔아서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듣던 고등학생 시절을 거쳐, 스스로가 가엾다는 걸 깨닫기 전까지 뜨겁게 청춘을 던져 열혈 운동권 학생으로 대학 시절을 살아냈던 그는, 지금도 코브라..
이종석을 보면 ‘알 덴테’로 익힌 새하얀 파스타 면이 떠오른다. 씹는 식감을 즐길 수 있도록 중간 정도로 설익힌 파스타는 겉보기와 달리 중앙에 심지가 오롯이 살아있다. 이종석 역시 말갛게 예쁘장한 얼굴 뒤에 의외의 고집과 강단을 품고 있는 것 같다. ‘학교 2013’의 남순이 특히 그랬다. 중학교 시절 경기도를 주름 잡은 일진이었다는 과거가 믿기지 않게, 순두부 같은 얼굴을 하고 교실 구석에 숨어 있던 아이. 하지만 스스로 망치고 도망친 과거와 다시 마주했을 때, 이종석의 남순은 단단했다.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수하는 초능력과 사연이라는 캐릭터의 개성에 순하고 선한 연하남이라는 이종석의 매력이 적절하게 섞여 터뜨린 잭팟이었다. 그래서 영화 ‘관상’과 ‘노브레싱’은 설레는 기..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928172842 SBS 추석특집 프로그램 는 지난 일주일간 사람들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방송 중 하나다. 가수 이승철과 엄정화가 각각 성지 고등학교, 서울 과학기술고등학교 학생들과 합창단을 꾸려 대결을 벌이고 승리한 팀은 폴란드에서 열린 세계합창대회에 참가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틀만 놓고 보면 는 영리한 프로그램이었다.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성공했던 방식 그대로 노래라는 소재와 멘토-멘티의 관계가 있고, KBS ‘합창단 시리즈’가 증명했듯 함께 노력해 만들어내는 하모니의 감동은 폭발력이 있다. 하지만 같은 재료라도 조합하는 방식에 따라 다른 요리가 되듯 방송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지난 ..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 한 데다 심지어 게으르고 편협해서 집 앞에서 이름을 부르며 놀기를 청하는 친구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친숙했던 어린 시절의 어느 날부터 영화에 대해 글을 쓰며 제가 가진 언어의 빈곤함에 좌절하는 지금의 어느 날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그 날들이 그렇지 않았던 날들보다 행복했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구해준 삶이 어디 저 하나뿐이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를 지탱했던 ‘영화로운 날들’과 그 날을 열어 준 고마운 이들에게 띄우게 될 이 연서들은 결국 부끄럽게 움켜진 제 손 위를 감싸준 당신의 온기가 전해주는 다정함에 기댄 것입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 한 데다 심지어 게으르고 편협해서 집 앞에서 이름을 부르며 놀기를 청하는 친구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친숙했던 어린 시절의 어느 날부터 영화에 대해 글을 쓰며 제가 가진 언어의 빈곤함에 좌절하는 지금의 어느 날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그 날들이 그렇지 않았던 날들보다 행복했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구해준 삶이 어디 저 하나뿐이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를 지탱했던 ‘영화로운 날들’과 그 날을 열어 준 고마운 이들에게 띄우게 될 이 연서들은 결국 부끄럽게 움켜진 제 손 위를 감싸준 당신의 온기가 전해주는 다정함에 기댄 것입니다.
몸도 마음도 건강하지 못 한 데다 심지어 게으르고 편협해서 집 앞에서 이름을 부르며 놀기를 청하는 친구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친숙했던 어린 시절의 어느 날부터 영화에 대해 글을 쓰며 제가 가진 언어의 빈곤함에 좌절하는 지금의 어느 날까지,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그 날들이 그렇지 않았던 날들보다 행복했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구해준 삶이 어디 저 하나뿐이겠습니까. 그래서 우리를 지탱했던 ‘영화로운 날들’과 그 날을 열어 준 고마운 이들에게 띄우게 될 이 연서들은 결국 부끄럽게 움켜진 제 손 위를 감싸준 당신의 온기가 전해주는 다정함에 기댄 것입니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914032028§ion=04 어디까지 갈 것인가. 제작진은 이것이 정말 시청자가 보길 원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시청자가 미처 깨닫지 못한 욕망을 포착해 담아낸다고 가정했을 때, 위태로운 외줄 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출연진에게서 정녕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최근 방송된 두 편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든 몇 가지 생각이다. ‘살아 있는 지옥’, ‘이것은 영화도 드라마도 아닌 실제상황입니다’라는 무시무시한 선전포고로 문을 연 SBS 와 ‘다 큰 남자들의 가출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단 KBS 가 정규 편성을 가늠하는 파일럿을 방송했다. 두 프로그램 모두 최근 예능의 트렌..
사진이라는 아득하고도 새로운 시간의 화면들 박물관은 지루하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박물관은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옛날 옛적 가야국의 수도였던 도시에서 자랐지만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위치한 박물관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딱히 싫은 건 아니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이나 단체 활동으로 박물관을 들릴 때면 별 불만 없이 묵묵히 유리관 너머의 도자기나 장신구 같은 걸 흥미롭게 보곤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단체 여행 코스에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니라면 제 발로 찾아갈 생각이 들진 않았고, 출입문을 나서면 기억에서 흐려지는 곳, 그게 박물관이었다. 말 그대로 지식의 보고(寶庫)며 의미 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오늘은 심심한데 박물관이나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치지는..
새 길 위에 선 멜로의 거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허진호 감독 허진호 감독을 만나기 전, 그가 단정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과장하지 않은 문장을 차분한 음성으로 말하는 허진호 감독은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는 그의 영화 , 의 담백함과 닮았다. 하지만 사랑을 걸고 은밀한 게임을 벌이는 영화 에 떠다니던 묘하게 달뜬 기운도 의 간지러운 명랑함도 그가 가진 색깔 중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주 작품으로 인사한 건 아니지만 영화감독이라는 직함 외에 다른 것을 떠올리기 어려웠던 허진호 감독이 이번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오는 8월 14일에 개막하는 제 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제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가 있고, 음악이 있고, 바람이 있고, 물이 있는 축제..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903124437§ion=04 최근 TV를 보다 귀를 의심하게 하는 문장을 들었다. ‘우리 곁에 꼭 필요한 금융서비스’. 대부업체 러시앤캐시의 광고 카피였다. 이 마지막 내레이션이 나오기까지의 맥락은 더욱 놀랍다. 남자가 여자에게 오늘 러시앤캐시에서 대출을 받았다고 말한다. 은행이랑 카드를 두고 왜 그랬냐는 물음에 쉽고 간단하다는 이유를 댄다. 이자가 비싸지 않는 질문에는 “버스랑 지하철만 탈 수 있나 바쁠 땐 택시도 타고”, “시간 많으면 할인마트도 가고 급하면 편의점 가는 거지”라고 응수한다. 이 광고 안에서 대부업체를 이용한 대출은 ‘조금 비싼 대신 편하고 안심 되는 좋은 서비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