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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길 위에 선 멜로의 거장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허진호 감독

 

 

허진호 감독을 만나기 전, 그가 단정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과장하지 않은 문장을 차분한 음성으로 말하는 허진호 감독은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는 그의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의 담백함과 닮았다. 하지만 사랑을 걸고 은밀한 게임을 벌이는 영화 <위험한 관계>에 떠다니던 묘하게 달뜬 기운도 <호우시절>의 간지러운 명랑함도 그가 가진 색깔 중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주 작품으로 인사한 건 아니지만 영화감독이라는 직함 외에 다른 것을 떠올리기 어려웠던 허진호 감독이 이번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오는 814일에 개막하는 제 9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제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아 영화가 있고, 음악이 있고, 바람이 있고, 물이 있는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그의 음악에 유난히 가슴에 남는 좋은 음악이 많았던 걸 떠올려보면 어울리는 옷이기도 하다. 새로운 길 위에 섰지만 영화를 보는 게 정말 행복한 일이구나라는, 그가 그리고 우리가 영화를 사랑하는 본질적인 이유만은 여전히 마음에 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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