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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선생이다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한 번도 얼굴을 실제로 뵌 적이 없고 말하는 육성을 들은 적도 없건만, 저절로 선생이라는 호칭이 떠올랐다. 황현산 선생은 제목을 통해 <밤이 선생이다> 라고 말했지만, 그의 글을 읽으면 그가, 선생이다. 이 산문집은 프랑스 현대시를 연구하는 불문학자이자 문학비평가로 활동한 황현산 선생이 2000년대 초엽 국민일보에 그리고 지난 4년간 한겨레에 실었던 칼럼을 엮은 책이다. 그는 내가 품고 있던 때로는 막연하고 때로는 구체적인 생각들을 더듬어내어, 합당한 언어와 정직한 수사법으로 그것을 가능하다면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서문에서 밝혔다. 딱 그대로의 책이다. 예순 아홉이라는 나이가 새삼스러울 만큼 현실 문제를 날카로운 눈으로 보고 이에 합당한 입장을 가지며, 단호하지만 또한 아름다운 말로 표현하고 있다. 전라남도 서남쪽 바다에 떠 있던 낙도였던 선생의 고향부터 홍상수의 영화 속에 그려진 비루한 대학교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선생에겐 생각할 거리고 반성할 거리고 깨우침을 나눌 거리다. 산문집의 마지막 글, ‘삼가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읽는다는 선생이 힘이 있는 글이라 이야기하는 고인의 유서와 선생의 글이 닮았음을 깨닫게 된다. 역사에 기대를 접지 않고 미래의 힘을 여전히 믿는 어른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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