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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이종석을 보면 알 덴테로 익힌 새하얀 파스타 면이 떠오른다. 씹는 식감을 즐길 수 있도록 중간 정도로 설익힌 파스타는 겉보기와 달리 중앙에 심지가 오롯이 살아있다. 이종석 역시 말갛게 예쁘장한 얼굴 뒤에 의외의 고집과 강단을 품고 있는 것 같다. ‘학교 2013’의 남순이 특히 그랬다. 중학교 시절 경기도를 주름 잡은 일진이었다는 과거가 믿기지 않게, 순두부 같은 얼굴을 하고 교실 구석에 숨어 있던 아이. 하지만 스스로 망치고 도망친 과거와 다시 마주했을 때, 이종석의 남순은 단단했다.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었던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수하는 초능력과 사연이라는 캐릭터의 개성에 순하고 선한 연하남이라는 이종석의 매력이 적절하게 섞여 터뜨린 잭팟이었다. 그래서 영화 관상노브레싱은 설레는 기대인 동시에 그의 이후를 가늠하게 할 냉정한 감정(鑑定)의 무대다.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지켜야 했던 관상의 진형은, 몰락한 가문과 성치 않은 몸이라는 한계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코자 한다. 이종석이 유순한 미소 뒤에 품은 강단을 드러낼 수 있는 인물이다. 한편, 올림픽 유망주인 수영 청소년 국가대표 우상을 연기하는 노브레싱은 라이징 스타들을 한데 모은 영화라는 성격상 연기 자체보다도 팬서비스의 기능이 더 기대되는 만큼, 드라마로 보여준 이종석의 스타성이 영화의 유료 관객에게도 유의미할지 가늠하는 나침반이 될듯하다.

 

-이건 참 좋아요

창작자의 욕망을 투영하고 싶은 여백의 얼굴  

-보완이 필요해

멜로와 연하남 너머에서 카리스마가 폭발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을까 

-계보를 찾자면

강동원. 유약한 꽃미남? 알고 보면 상남자!

 

 

<김우빈>

 

김우빈의 얼굴에는 살벌함이 있다. 남자 배우에게 디폴트처럼 기대되는 카리스마 정도가 아니다. 때론 위험하게 느껴질 만큼 날선 눈매와 도드라진 광대는 예쁘장하거나 순한 남자들 사이에서 그가 불쑥 튀어나오게 했다. 연기 데뷔작이었던 드라마 스페셜 -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미친 미르는 이미지 캐스팅의 전형이라 해도 좋을 만큼 김우빈의 외형적 조건과 캐릭터의 매력이 시너지를 만들어냈다. 입 꼬리를 씩 올리며 웃다가 바로 벽돌을 들어 내리칠 것 같은 위험함이 김우빈에겐 있다. 그래서 실질적인 영화 데뷔작이라 해도 좋을 친구 2’의 성훈은 꽤 영리한 선택이다. ‘친구의 죽은 동수(장동건)의 숨겨진 아들이지만 아버지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준석(유오성)의 조직원이 되는 20대 건달. 연이은 작품에서 10대 반항아 캐릭터를 연기한 만큼 이미지가 고정될 우려가 전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소비된다고 여겨지기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을 만드는 신인에 가깝기에 얻는 것이 더 많을 듯하다. 특히 학교 2013’의 흥수가 그랬듯이, 거친 말투 뒤에 들키고 싶지 않은 상처를 품고 있는 남자애의 벌겋게 달아오른 눈가는 김우빈의 살벌함 곁에 연민을 나란히 세워두게 만든다. 무엇보다 남자와의 케미스트리가 유독 돋보였던 전작들을 생각하면, 슈트 입은 남자들의 유사 멜로라 해도 좋을 친구 2’는 최적의 테일링으로 완성된 비스포크가 아닐까.

 

-이건 참 좋아요

레이저 장착 눈빛, 내추럴 본 카리스마  

-보완이 필요해

캐릭터가 선명한 얼굴에서 일상의 표정을 떠올리기 어렵다  

-계보를 찾자면

차승원. 모델 출신 배우 중에서도 독보적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품은 얼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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