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magazine.firstlook.co.kr/archives/issue/shes-back 이재용 감독의 영화 (2009년)은 ‘여배우’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다양한 함의를 곱씹게 한 작품이었다. 각 세대를 대표하는 여배우들이 모인 화보 촬영장을 무대로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의 카메라는 대중이 때로는 동경하고 궁금해하고 때로는 질투하고 함부로 재단하는 여배우로 살아가는 여자들의 삶의 한 결을 포착했다. ‘얼굴에 분을 바르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은 원래 녹록하지 않다. 여배우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당대의 아이콘이라는 영광스런 왕관을 쓴 여배우들은 숙명적으로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여배우는 카메라 안에서는 나이와 외모는 물론 제한된 캐릭터와 서사와 겨뤄야 하고, 카메라 밖에서는 무책임한 뜬소..
http://magazine.firstlook.co.kr/archives/issue/snack-culture-rising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이상형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다들 손에 쥔 스마트폰을 보느라 고개를 숙인 탓에 옆에 이상형이 있다 해도 알아차릴 수 없어서다. 우스갯소리처럼 시작했지만 ‘모바일’이 시대의 화두가 된 지금, 예전과 달라진 풍경들이 많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출근길의 친구이자 강력한 광고 매체 중 하나였던 무가지가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더니 이제 지하철에서 옆 사람이 펼친 무가지를 어깨너머로 흘끗 거리는 재미도 사라졌다.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자기 손에 든 스마트폰 속 작은 화면에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4591 15년 동안 어딘가에 갇혀 단 하나의 TV 채널만 볼 수 있다면? 영화 의 오대수 같은 상황을 상상하고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면, 단언컨대 요리 전문 케이블 채널이다. 식탐이랄까 음식에 대한 관심이 보통 사람에 비해 적은 편이고,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요리 관련 프로그램 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연륜 있는 요리연구가 선생님이 우아한 손놀림으로 밑반찬을 만드는 아침 방송 프로그램부터 호주 어린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푸드TV 나 각종 식도락 탐방 프로그램까지, 마땅히 볼 게 없네 하며 리모컨 채널을 돌리다 멈추는 곳은 늘 올리브 채널이나 푸드TV다. 최근 가장 재밌게 보고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3873 여자들이 머리채를 붙잡고 육탄전을 벌인다. 상대가 부모를 죽인 원수라서도, 애인을 뺏은 연적이라서도 아니다. 그녀들은 왕관의 주인이 되기 위해 머리채를 잡았다. 이 여자들, 독하다. 상대의 구두 굽을 부러뜨리고 가슴 뽕을 망가뜨리고 화장품을 바꿔치기 한다. 그런데 이 독한 여자들의 독한 짓거리들이 마냥 나쁘게만 보이지 않는다. MBC 는 여자들의 세계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분투하는 여자들의 인생에 하이라이트를 비춘다. 좋아하는 여자가 남들 앞에서 수영복을 입고 웃는 게 싫지만 사업의 회생을 위해 여자의 등을 떠밀었던 남자와 숨겨진 딸의 존재가 세상에 밝혀질까 두려워 뒤에서 술수를 쓰는 남자, 각기 조금씩 다른 ..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3154 알고도 당할 때가 있다. 로맨스 드라마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를 짓거나 마음이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낄 때, ‘아, 또 당했군.’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로맨스 드라마가 크게 보면 타인이 만나 한 눈에 반하거나 서로를 알아가면서 그 과정에서 ‘밀당’을 하는 것이라고 해서 전부 싸잡아서 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가장 내밀한 감정을 가장 적나라하게 주고받는 관계에서 비롯되는 성찰의 순간을 담는 수작들도 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재미와 설렘, 대리만족이나 감정의 카타르시스라는 의미에서도 로맨스 드라마의 장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tvN (이하 )는 이 시리즈의 전작들이 그랬듯이, 기본..
http://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1787 “나는요, 20년 전으로 갈게요. 20년이 안 되면 10년 전으로, 그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서른아홉 살 아이 하나 둔 이혼녀가 술에 취해 택시기사로 착각한 사람에게 행선지 대신 이렇게 말한다. 신촌도 방배동도 아니고 20년 전으로, 안 되면 10년 전으로 보내달라고 울면서 말한다. 누구나 고단한 지금보다 좋았던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과거가 정말 지금보다 좋아서일 수도 있지만 실은 지금이 너무 힘들어서일 때가 많다. 서른아홉, 좀처럼 멈출 수도 나아갈 수도 없는 나이의 여자가 울면서 토로하는 저 대사 때문에 JTBC 는 결국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처럼 들린다. 는 지난 2012년 방송된..
http://pressian.com/news/article.html?no=111740 새로 태어난 별만큼이나 원래 하늘에 있었지만 새삼 그 빛에 놀라게 된 별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도 즐겁다. 올해의 재발견이라는 거창한 수식어까지 호출하지 않더라도, 올해도 그들 덕에 많이 웃고 그들의 건재함이 반가웠던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 중에 신동엽, 유희열이 있었다. 천생 방송인 신동엽은 2013년에 말 그대로 TV를 틀었다 하면 그의 얼굴을 볼 정도로 수많은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심야 라디오의 황제였던 유희열은 아는 사람만 알던 예능 감각을 TV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신동엽은 언제나 가장 재능 있는 방송인이자 가장 재미있는 개그맨 중 한 사람이었다. 1991년 데뷔와 동시에 스타덤..
http://magazine.firstlook.co.kr/archives/issue/new-face 어느 운동 경기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과 ‘듣보잡’ 신인이 맞붙었다고 생각해보자. 당신은 어느 쪽을 응원하는 사람인가? 지난 10월 개봉한 영화 은 두 천재 수영 선수의 대결을 그렸다. 국민 남동생이라 불리는 국가대표 마린보이 우상(이종석)과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체고 학생 원일(서인국)이 그들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 당연하게도 둘은 일생일대의 대결을 펼치는데, 고된 훈련을 해온 건 둘 다 마찬가지건만 마음 속으로 응원한 건 원일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나타나 새로운 스타의 자리에 등극하는 다크호스를 기대하는 숨은 욕망이 크게 작용했다. 올해도 우리의 마음을..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798&attrId=&contents_id=44421&leafId=1798 은둔고수 유희열의 중원 출정기 90년대 감성 돋는 오빠들이 예능으로 적을 옮기거나 슬쩍 얼굴을 비출 때마다 유희열의 이름은 늘 함께 거론되었다. 누군가에게는 90년대 고급가요의 향수를 자극하는 이름이거나 심야 라디오의 황제지만, 그의 정체성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것은 역시 ‘감성변태’. 2013년, 드디어 유희열이 예능의 중원에 정식으로 출격했다. 유재석에 필적하는 진행병을 보여준 MBC ‘자유로 가요제’도, 허지웅과 함께 ‘변태와 색마’ 콤비 플레이를 보여준 tvN 도 좋다. 하지만 그의 필살기가 보고 싶다면 Mnet 이 최고다. 존박..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1214223638&Section=04 하루는 길지만 한 해는 쏜살같이 흘러간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올해도 지상파와 케이블, 종편까지 수많은 드라마가 방송되었고, 그 중에는 당연하게도 시청자의 뜨거운 환호를 받은 작품도 한 자리 수로도 모자라 최저 시청률이라는 안타까운 결과 앞에 망연자실해진 작품도 있다. 올해 드라마를 돌아볼 때 특히 반가운 것은 좋은 평가를 받은 신인 작가들이 많았다는 점이다. 언제나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한다. 그런데 2013년에는 비단 앞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배우와 아이돌만이 아니라 그들에게 좋은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