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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내내 한 드라마를 보고 또 봤다. 본방 사수는 물론이고 다시 보려고 편성표를 검색하고 리모컨으로 케이블 채널을 배회했다. 오프닝 음악이나 벌써 외운 대사가 들려오면 파블로프의 개처럼 하던 일을 멈추고 TV 앞에 정좌하게 만든 건 노희경 작가의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건 요즘 대세라고들 하는 ‘썸’과 ‘홈 셰어’가 날리는 크로스 카운트 펀치다. 그 결과 “여기는 다들 서로 키스하고 막 그냥 살고 막 뭐 그래야 같이 노나?”라는 재열(조인성)의 얼빠진 대사와 지질하고 현실적인 난투극이 이어진다. 드라마의 문을 여는 건 ‘프리섹스’를 운운하는 솔직하거나 노골적인 대사와 김규태 감독 특유의 화사한 화면이지만, 여전히 핵심은 노희경 작가의 글이다. 평범을 가장하거나 위악을 연기하는 연약하고 못난 인물들과 서로 상처를 헤집으며 원수처럼 으르렁거리지만 결국 연민을 숨기지 못하는 인물들의, 그 맛있는 이야기 말이다.


http://www.vogue.co.kr/content/view_01.asp?menu_id=02050100&c_idx=012402010000118&page=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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