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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콘서트에 다녀오다.

지난 연말, 샤이니 콘서트 소식을 듣고 오홋! 반가운 마음이 들었지만 동시에 여길 가도 되는 걸까 하는 고민을 했다. 어느 쪽이냐면 '샤이니'의 팬이라기 보다 'Ring Ding Dong'의 팬이기 때문에. ''Ring Ding Dong'을 스무 번 들려준다면 0.3초도 고민하지 않고 광 클릭을 했을테지만. 그리고 스물 아홉에 국내 아이돌 콘서트 데뷔하는 것이 어딘가 겸연쩍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못난 누나가 고민하는 동안 샤이니는 '매진' 위엄을 달성했고, 막상 못 간다고 생각하니 좀 섭섭한 기분도 들었다. 그런 와중에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OO선배님의 온정의 손길에 힘입어 오늘, 다녀왔다. 으흐흐.

두 시간 반이 넘는 공연은, 즐거웠다. 샤이니 다섯 명은 말 그대로 '빛나는 샤이니'였고 노래도, 춤도 생각보다 더 멋졌다. 기대했던 'Ring Ding Dong'이나 'JoJo'는 물론 제대로 들어본 적 없던 '산소같은 너'나 'Stand By Me' 같은 곡들도 좋았다. 그런데 사실 무대를 보는 동안 '와우! 멋지다' '애기들(많게는 열 살까지 차이가 나다 보니 이런 표현이 절로...) 참 예쁘다' 이런 생각보다 더 많이 한 건, '프로구나!'하는 감탄과 그에 뒷따르는 어떤 안타까움이었다.

얼마 전 친구들과 소녀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든 생각이지만, 최근 대중문화의 중심에 선 아이돌들을 보며 '쇼 비즈니즈의 어린 프로들'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물론 내가 10대였던 그 예전에도 대중에게 엄청난 파급력을 미친 아이돌들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같은 아이돌 춘추전국시대의 족히 백 명은 넘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아이돌들의 모습을 이십대 후반이라는 자리에서 바라보는 마음은 내가 오빠 혹은 언니라 부르던 그 아이돌들을 보는 마음과 다르다.

이건 어디까지나 쇼비즈니스의 언저리에 잠시 있었던 경험에서 유추하는, 그래서 당연히 정당한지 확신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치열하고 원초적인 세계를 다소 어린 나이에 경험하는 것이 수많은 그, 그녀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는 궁금증 반 걱정 반의 마음이 든다.

갈수록 아이돌의 데뷔 연령은 낮아지고 있다. 그리고 데뷔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연습생 생활을 하며 평범한 중고등학교 교과과정이나 학창시절과는 다른 삶을 사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가는 것이 정답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나 스스로가 그 평범한 길에 의구심을 갖지 않았던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사람이거니와, 더 이상 이 나라가 그런 평범한 아이들에게도 평범한 수준의 삶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10대는 어린애,20대 초반 너희가 뭘 알아, 라는 꼰대같은 시선도 아니다. 다만, 너무 이른 나이에 사회의 치열함을 경험하는 것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는가에 대한 걱정이랄까. 물론 대부분의 아이돌들은 말한다. 꿈꾸던 무대에 서서 행복하다고. 연습생 시절엔 힘들고 배고팠지만 행복했다고.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액면 그대로 믿고 엄마 미소를 짓고 있어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든다.

아이돌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상품처럼 기획되고 다루어지기 쉬운 쇼 비즈니스의 특수성 때문에 그렇다. 세상의 모든 가수가 싱어 송 라이터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의 모든 노래가 부르는 사람의 생각을 담아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아이돌들은 특히나 더 자신의 의지나 취향, 나아가 자기성찰을 자신이 하는 일 속에 담아내기가 어려울 것이다. 나는 왠지 그게 안타깝고 아쉽다. 특히 섹슈얼한 방식으로 소비되기 쉬운 여자 아이돌들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그녀, 그들이 제대로 쉬지도, 자지도 못 하면서 서는 무대들, 그 위에서 물론 그들은 행복할 것이다. 환호하는 팬들 앞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리고 잘 하는 것을 보여주는 데서 오는 성취감은 물론 그보다 더 원초적인 감정, 노래하고 춤 추는 행위 자체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아마도 어마어마할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획사에 소속된 갑을 관계의 '을'로서, 그리고 금전적인 댓가를 받는 사회생활의 '프로페셔널'로서 감수해야 할, 나는 아마도 추측밖에 할 수 없을, 그 어떤 것들을 이른 나이에 경험하는데서 오는 부작용 같은 것은 없을까. 그렇다면 이를 위한 배려나 보호 장치 같은 것을, 그들 주위의 어른들은 얼마나 생각하고 있을까?

이는 물론, 스물 아홉이나 먹고도 여전히 사회 생활이 어려워서, 눈물, 콧물 쏟지 않고는 도저히 아무렇지 않게 해낼 수가 없는 나같은 못난 사람이기에 하는, 아무 쓰잘데기 없는 오지랖 넓은 걱정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십 대 초반의 몇 년간 도모토 츠요시 팬질을 하며 아이돌로 태어났지만 아티스트로 살아가고 싶은 청년의 고뇌를 너무 가슴 아프게 봐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혹자가 말하는 '세상에서 가장 쓰잘데기 없는 걱정인, (나보다 훨씬 돈도 잘 벌고 잘 먹고 잘 사는) 연예인 걱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 너무나 멋진, 말 그대로 '프로의 무대'를 보여준 뒤, 사장님, 이사님 찾으며 인사하고, 팬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등 돌리지 마세요" "다음 콘서트 때도 오실 거죠?"라고 말하는 이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이 들고야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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