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817154751&Section=04 “과거의 자신과 겨루지 마라. 미래의 자신을 기대해라. 그리고 현재의 자신을 사랑해라.” SBS 4회에서 강우(서인국)는 태공실(공효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빛나던 과거의 자신과 달리 “찌그러진” 현재가 “챙피한” 공실을 격려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 말은 이를 직접 쓴 의 작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있다. 에는 홍자매 전작의 그림자가 짙다. 그들은 과거의 자신과 겨루는 것일까. 은 ‘로코믹호러’를 표방한다. 로맨틱 코미디에 호러가 더해진 이 장르는 이 처음은 아니다. 손예진, 이민기가 주연을 맡은 영화 도 귀신 보는 여자의 로맨스를 다..
여자에게 홍콩 영화를 허하라, 홍콩 멜로드라마의 거장 진가신 멀리는 1960년대 쇼 브라더스의 무협 영화부터 1970년대 이소룡과 성룡이 견인한 골든 하베스트의 액션 영화, 그리고 1980년대 을 필두로 1990년대까지 이어진 오우삼, 서극, 왕가위의 홍콩 느와르와 홍콩 뉴웨이브까지, 오랫동안 홍콩 영화는 남자들의 유희였다. 무협과 액션, 의리와 허무에 경도된 소년과 청년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1997년 홍콩의 본토 반환을 앞두고 혼란스런 시대 분위기를 반영하듯 홍콩 영화계는 그 기세를 잃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이 위기가 누군가에겐 기회였다. 호흡곤란을 겪던 1990년대 홍콩 영화계에 멜로드라마라는 호흡기를 선물한 인물, 그가 바로 진가신이다. 게다가 그는 조숙한 소녀와 예민한 숙녀에게 칼과 총이 ..
여기, 45년산 거목이 있다. 그 끝을 올려다보려면 목을 한참 뒤로 꺾어야 할 만큼 큰 몸통은 사뭇 위압적이지만, 왠지 무섭지 않다. 바닥에 굳게 내린 뿌리는 그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도 와서 기대어도 받아줄 것 같고, 사방으로 넓게 드리운 가지가 만드는 그늘의 품은 누구라도 쉬어갈 수 있을 만큼 아늑하다. 심지어 위급한 순간에는 강철합금 무기라도 뽑아 들고 막아줄 것 같다. 휴 잭맨이라는 이름의 이 거목은 강인하고 든든하다. ‘맨 중의 맨’이라는 더없이 적확한 수사가 말해주듯, 배우 휴 잭맨에게 가장 어울리는 옷은 마음 편히 의지해도 좋을 영웅의 모습이다. 당연히 시리즈 속 울버린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휴 잭맨은 오랫동안 울버린이었고 의 개봉을 앞둔 지금 여전히 울버린이다. 지금은 코믹스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804031711&Section=04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한다.” 공준수(임주환)가 나도희(강소라)에게 한 이 말은 SBS 일일드라마 의 세계를 그대로 대변한다. 의 인물들은 서로에게 미안하고 그래서 고맙고 하지만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 평범해서 쑥스러운 문장들의 나열이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이 감정들이 소위 ‘착한 드라마’라 불리는 이 작품의 바닥을 단단하게 지탱한다. 사실 ‘착한 드라마’라는 이름은 우습다. 하도 ‘막장 드라마’가 득세하다 보니, 게다가 동시간대에 방송 중인 MBC 일일드라마 와 비교되어 얻은 이름이지만, 이렇게까지 되어버린 현실이 ..
처음 보는 도쿄의 표정 도시 인문 에세이 강상중 10년 전 태어나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일본 도쿄에 갔다. 먼동이 희붐하게 밝아오던 닛포리에서 먹었던 고로케의 식감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후로도 여러 번 도쿄를 찾았고, 1년 동안 머물며 외국인 노동자로 살기도 했다. 남들보다는 아니라도 남들만큼은 도쿄를 안다고 생각했다. 서점에 가득 쌓인 도쿄 여행 에세이에 큰 감흥을 받지 못 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강상중의 는 너무 익숙해서 다소 지루해진 도쿄에 새로운 설렘을 안긴다. 새로운 핫 플레이스나 숨은 명소를 알려줘서가 아니다. 긴자, 하라주쿠, 롯폰기 힐스 같이 몇 번이고 가 본 곳들이지만 저자는 슬쩍 비껴 선 시선과 오래 품은 사색으로 낯익은 얼굴의 낯선 표정을 보여준다. 강상중은 일본의 한복판에..
최근 페이스북에서는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의 발언을 다룬 기사에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름만 보면 일본인일 것 같은데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고, 명백한 자료를 바탕으로 일본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모습이 신기한 것. 사실 호사카 유지 교수는 지난 2003년에 귀화를 한 한국인이자, 지난 15년 동안 독도 문제를 연구한 독도 전문가다. “나는 반일주의자가 아니다. 한일 우호를 간절히 원하는 입장에서 한일 간에 가시가 되어 있는 독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호사카 유지 교수는 누구보다 일본을 잘 알고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한다. 일본은 독도 영유권과 관련해 사료들이 증거로 남아 있음에도 이를 숨기고 왜곡하며 도발해왔다. 이런 의도를 분석하고 반박해온 ..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720231525§ion=04 사방에 시원하게 펼쳐진 푸른 밭두렁 사이를 걸어가는 교복 입은 소년을 카메라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해지고 마음이 개운해지는 장면이다. 한편으론 울컥한 마음에 ‘인생이 쉽냐? 내가 학교생활 한 번 꼬이게 해줄까?’라며 속으로 이죽거리는 소년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카메라가 있다. 정작 꼬이고 어렵게 되는 건 그 소년의 학교생활이라는 것을 아는 터라 짐짓 입고리가 올라간다. KBS 드라마스페셜 를 보면서 다시 깨달았다. 생각해보면 늘 학원물을 좋아했다는 것을. 청춘물이라 불러도 좋겠다. 푸를 靑, 봄 또는 움직일 春. 덜 익어서 푸르고 분..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707025723&Section=04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요?” 얼마 전 지인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이렇게 물었다. 살기가 왜 이렇게 팍팍하고 정치는 왜 이렇게 터무니없고 정의나 원칙 같은 말을 입에 담는 게 어쩐지 멋쩍어진 것이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물론 하루아침에 나빠지는 세상이라는 게 있을 리 만무하다. 부패의 씨앗은 우리의 본성에 숨어 있었을 것이며 하루하루의 무관심 위에 서서히 썩어왔을 것이며 가속 페달을 밟게 한 치명적인 계기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 때 머릿속에 무심코 떠오른 것은 ‘97년 체제’였다. 막 삼십대가 된 우리에게는 물론 대한민국이 지금과 같은 모..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623021115&Section=04 일찍이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로 거론되던 KBS 월화드라마 .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응이 어째 뜨뜻미지근하다. 2005년 KBS , 2007년 KBS 으로 연이어 호평 받은 박찬홍 감독-김지우 작가 콤비의 이른바 ‘복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인데다, 김남길의 제대 후 복귀작에 드라마 출연이 잦지 않은 손예진의 가세까지, 값비싼 재료들이 한 접시에 놓였지만 정작 그 맛은 영 기대에 못 미치는 요리 같다. 가장 먼저 지나친 기시감이 의 발목을 잡았다. 박찬홍-김지우의 복수극이라 기다렸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복수극이라서 흥미가 떨어지는 부분이..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30609034602&Section=04 “세상의 찬사에 머물지 않고 최고가 되기 위해 다듬고 또 다듬었다. 더 깊어진 눈으로 세상을 마주하고 돌아서는 뒷모습까지 빈틈없도록 난 그렇게 돌아왔다.” 최근 ‘세상이 기다린 컴백’이라는 키 카피(key copy)를 내세운 어느 자동차 광고에서 모델로 등장한 현빈이 이렇게 말했다. 문구만 놓고 보면 상품인 자동차를 말하는 것인지 군 제대 후 활동을 시작한 현빈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화면과 함께 보면 더욱 그렇다. 현빈의 눈과 뒷모습을 자동차의 라이트와 뒷모습과 교차로 보여준다. 무엇을 다듬었는지, 무엇이 빈틈없는지에 대한 단 한 마디의 설명도 ..